
몸이 아파 잠시 공부를 쉬고 집에서 뒹굴뒹굴 지내고 있다. 어머니는 벌써 내가 맘에 들지 않는 눈치다. 저것이, 눈이 빠져라 공부해도 모자랄 판국에. 고시생이 저렇게 지내고 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거지? 맞다. 사실 이건 내 내면의 소리이기도 하다. 공부해야 되는데 정작 나는 공부를 손에 놓아버린 지가 벌써 일주일이 되어간다. 아무리 시험이 내년이라도 해도 그렇지. 코로나19 핑계로 집에서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고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 잠만 처 자고 사 논 책들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간다. 내가 봐도 참 어이가 없어. 왜 이러는 거지? 왜? 도대체 왜?
사실 나는, 고시생이나 합격하고자 하는 동기가 없다. 지난 번에 적었듯 나는 도망칠 무언가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무책임하지만 그렇다. 솔직한 내 심정은 그렇다. 떨어지면? 죽으면 되지. 사실 그게 더 좋잖아? 어차피 너 살고 싶어하지 않잖아.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너는 계속 죽고 싶었잖아. 그렇게 말하며 내 병마는 내 온몸을 휘감아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내 심장을 파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나는 무기력하게 주저 앉는다. 사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그렇다. 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니 욕망도 없고, 동기도 없고, 낫지 않아 그냥 이대로 죽는게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공부를 하다가 잠을 자다가 밥을 먹다가도 나를 사로잡는다. 공부를 하다가 이젠 고3시절이 그리워 질 정도다. 그 때는 그래도 동기라도 있었는데, 내 삶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가능성을 믿고 있었고, 그걸 바탕으로 성취라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어찌되도 상관없다는, 그냥 죽고 싶다는, 공부하는 노력보다는 자살하는 노력이 더 가치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를 휘감아. 가슴속 비명은 이미 다 터질대로 터져서 더 고통받을 곳도 없는데. 그러니 고시 합격따위가 내게 가치가 있을리가. 나는 살고 싶지도 않은데. 마냥 주저 않고 싶은데, 심연에 가서 시끄러운 것들 다 내려놓고 싶은데. 죽고 싶은데. 그만, 그만, 하고 싶은데.
검정, 그래, 그게 바로 나야
이젠 솔직히 인정해야 할 듯 하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동기-행동-결과로 이어지는 정상적인 인간의 일직선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을. 사실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나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덮어두고만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이길 수 없는ㅡ동기자체를 갉아먹는ㅡ완벽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 암전. 그게 나라는 걸. 캄캄히, 손전등도 없고 불러주는 이도 없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고 소리쳐도 메아리조차 들리지 않는, 이 암흑 속에, 나는 여전히... 그래도...
살아있다. 책을 펼치고 가만히 내 감정을 적어내려가며, 오늘의 할 일을 하며 내일의 할 일을 적어두며. 비록 감정도 동기도 없지만, 적어도 기계는 될 수 있다. 이런 나에게 검정만큼 잘 어울리는 색이 있을까. 모든 것에서 죽음을 보며 무언가 결여가 되어있으며 광선도 없고 반사도 할 수 없지만 그냥, 그 존재로만 있는 색. 이젠, 0의 상태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야만 하는 걸까. 정상적이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예쁜 색조가 없어도... 나는, 그렇게, 시커멓게, 존재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럴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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