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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sasive essay

제21대 4.15 총선거 사전투표

 

지난 총선 때 나는 투표권이 없었다. 망할 나이 제한 때문에...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나는 그 때 대학생이었다. 하필 생일이 4월 30일인 내 친구는 더욱 억울해 했었다. 본인도 투표할 수 있구나 신나했다가 시무룩해하던 그 애 반응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나는 선거 연령 제한을 낮추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교육의 정치화 운운하는 것은 참 같잖다. 대학생도 투표권을 행사 못했는데 무슨 교육의 정치화여... 지난 대선 때는 좀 바뀌나 싶더니만 흐지부지 되는 걸 보고 나는 교수님께 이건 10년 동안 안 바뀔 것 같다고 그랬었다. 교수님은 조만간 바뀔 거라고 하셨고. 이번 총선이 되어야 드디어 선거 연령 제한이 낮추어졌다는 걸 보고 나는 내 안목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 과연 세상은 이렇게 진보해나가는 것이겠지.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여전히 회의적이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게다가 나는 아직도 소득세를 못내고 있다. 한숨... 요즘 내가 그래도 어딘가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일 거라는 믿음 통째로가 흔들리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내리막길로 걷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난 투표하러 갔다. 이렇게라도 내가 세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서.

아버지는 투표 안 할거라고 퉁퉁거리면서 운동하러 나갔다. 나와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나무랐다. 아버지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제조업자다. 아버지는 돈 문제로 어머니와 다퉜다. 다음 날 월급도 제대로 타올 수 있을지 장담 못한다면서... 그럴거면 더욱 투표라도 해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야 하는 게 아닐까. 다시 한 번 아버지를 설득해봐야겠다. ㅎㅎ

투표하러 가는 길


사전선거날이었는데도 사람은 꽤 많았다. 사실 나는 투표하기 한참 전 부터 찍을 사람을 정해놓고 있었지만, 다른 후보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던 적도 있었다. 어마무시한 스펙을 갖추었고(심지어 다른 지역구에 사는 내 친구도 인정할 정도)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그렇게 나빠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아예 막말 후보였으면 연민의 정도 생기지 않았을 것을. 하지만 결국 처음 정했던 대로 투표를 했다. 학력이 사람 그 자체는 아니고, 정치 역량은 더더욱 아니다. 결국 난 종합적이고 큰 흐름을 우선해야 했으며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을 고려해야 했다. 어차피 내 생존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내가 우선해야 할 가치는... 그래서 사실 그닥 크게 힘들이지 않고 선택 했던 것 같다. 게다가 나름 경합지였던 것 도 한 몫해서, '나 하나 쯤이야'하는 장난스런 선택도 할 수 없었다. 다만 그래도 비례정당 선택은 좀 당황스러웠다. 투표용지가 긴 것 그 자체보다, 지역구보다 훨씬 길다는 게 희안했었다. 아니 다들 비례정당에만 올인한 건가... 지역구 의원석이 3분의 2를 넘어가는데 그건 다 포기하고?? 지역구와 비례정당을 다른 잣대로 뽑은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그냥 같은 잣대로 비례정당 역시 찍었다. 일단은 큰 흐름을 바로 잡는데 더 중점을 둬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이거 제안한 사람 얼굴 좀 보고 싶다. 솔직히 탁상행정이라고 생각함. 감염방지라고 내놓은 대첵인가 본데. 아버지는 이것 때문에 손 미끄러져서 무효표 양산한다고 투표 거부하셨었다. 게다가 기표소 안에 들어가면 이걸 썼는지 안썼는지 구분할 방법도 없다. 돈 낭비 같어... 아 그래도 발열 확인 하는 등 나름 방역 조치는 탄탄했음.

 

 

투표를 마치고 나니 내가 인증샷을 안 찍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아잉, 이벤트 참여하려고 했었는데! 용지가 너무 길어 무효표 안 나오는데만 신경써서 그만. (다행히 무효표는 안 만들었습니다! 음하하!) 별 수 없지 뭐. 일단 투표라는 대업을 한 것만으롣 만족.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 글을 적는 지금, 과연 내가 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대세는 어떤 것이었을까. 자못 궁금해진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이 파도 속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갈지도. 에잇, 어차피 내가 할 도리는 다 했으니 복잡한 생각일랑 잊고 다시 수험으로 복귀.

 

아 참, 중요한 걸 깜박했군.

여러분 이렇게 바쁜 백수 한량 고시생도 투표했습니다.

여러분도 꼭 투표하세요!

 

#사전투표 #총선 #4.15 #선거 #21대총선거

 

펭수 투표 독려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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